여원재(여원치)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황산로 767
남원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운봉읍으로 가다보면 여원치(여원재)를 넘는다. 해발 477m의 여원치는 그 이름의 유래가 깊다. 교통이 불편하던 옛날, 남원과 운봉, 함양을 오가는 길손이라면 반드시 거쳐야했던 이 고개의 유래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이 극심하던 때 이곳 운봉현까지 왜구의 침략이 잦았다. 고개마루 주변 주막집을 들락거리던 왜구무리들은 주모에게 손찌검을 했다. 이에 주모는 날이 시퍼런 칼로 왜구의 손을 탄 왼쪽 가슴을 잘라내고 자결한다. 한편으로 왜구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운봉에 당도한 이성계는 꿈자리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파로부터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날짜와 전략을 계시받아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다. 이성계는 꿈에 나타난 이 노파가 왜구의 손찌검으로부터 몸을 지키고 자결한 주모의 원신이라고 믿고, 고개마루 암벽에 여상을 암각한 다음 주모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사당을 지어 여원이라고 불렀다. 이런 사연으로 여원치라는 명칭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은 이 여원치를 연재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필시 여원의 이름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렇듯 이 고개 이름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 됐으며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남원에서 운봉을 향하다 여원치 정상 바로 못 미쳐 한 굽이 휘돌다 우측의 옛도로 수풀사이에 발을 디디면 남원분지의 너른 들판과 지리산 시루봉을 비롯해 서쪽으로 장쾌하게 펼쳐진 산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원재에서 바라보는 일몰, 즉 여원낙조는 운봉팔경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아름답다. 등산동호인이나 문화유산 답사 애호가들은 지리산 연봉을 한눈에 감상하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 여원치라고 대답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고갯마루를 지키고 있는 운봉대장군 석물상을 지나치면 들녁 끝에 지리산 산줄기에서 뻗어 나온 부운치와 팔랑치, 바래봉의 장엄한 능선이 펼쳐진다. 바래봉은 봄철 철쭉 군락지로도 유명하다.
한편 운봉읍은 목기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24번 국도 주변에는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여러 개의 목기공장과 전시장이 길손의 눈길을 끈다. 운봉이라는 고장은 목기 외에도 동편제라는 소리가 자랑인 곳이기도하다. 인월로 향하는 비전마을에는 송흥록에서 송만갑, 근대에 와서는 명창 박소월로 이어지는 동편제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곤 한다. 여원재 고개의 사연과 풍경을 감상한 후 지리산 단풍비경을 만나려면 운봉읍 주촌리에서 시작, 정령치를 넘는 산록도로를 찾아가 보도록 한다. 정령치 고개를 넘어 만복대와 반야봉 사이 지리산 관통도로 삼거리에 이르면 북동쪽으로 실상사, 남서쪽으로 노고단 성삼재와 시암재를 거쳐 천은사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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