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고인돌 질마재길 2코스] 복분자 풍천장어길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전북 고창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1,680개. 고창에 잠들어 있는 고인돌이다. 이곳에서는 500년, 1,000년의 역사는 자랑할 것이 못 된다. 무려 3,000년. 의자만한 것부터 작은 집만 한 것까지, 고인돌들은 말없이 흘러간 시간을 내보인다. 길가의 바위도 함부로 볼 수 없는 곳. 이곳의 바람은 미당을 키우고 소금을 익히며 사람들의 발길을 고창 깊은 곳으로 안내한다. 고창 고인돌 질마재길은 우리나라,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고인돌이 빽빽하게 자리한 고창에서 100리 조금 넘는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이다.
강둑을 따라 고창의 풍요로움은 소리 내 흐르고 아기자기한 시골마을의 길들은 모두가 같은 듯 보여도 걷다보면 그 맛이 다르다. 원평마을, 그리고 계산마을을 지난다. 서로 가까운 마을이지만 원평마을은 호수를, 계산마을은 인천강을 옆에 둔다. 인천강은 고창의 젖줄. 주변 산이나 구릉에서 흘러내린 물들은 이곳으로 녹아들 듯 합쳐져 강줄기를 이룬다. 고창의 복분자도, 풍천장어도 이 물줄기로 자란다.
옥천 조씨 지평공파의 영당 덕천사에서는 인천강 위로 춤을 추듯 날아드는 두루미를 볼 수 있다. 두루미를 비추는 인천강은 잔잔하기가 호수와 같다. 강을 따라 걷는 길은 평탄하고, 풍경은 고즈넉해 산책 나온 듯 가볍다. 할매바위가 나타난다. 강가에 드리운 커다란 바위. 90도로 강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절벽이라 부르는 것이 나을 성 싶다.
이 바위의 그늘 아래 앉아 강태공들은 인천강의 시간을 낚았다 한다. 씨알 굵은 물고기들이 덥썩덥썩 미끼를 무는 바람에 낚시명당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절벽을 오르는 사람들만 눈에 띈다. 암벽 등반 고수쯤 되면 고창 할매바위를 지나치기 힘들다. 할매바위 아래 인천강은 이제 그들의 모습을 비추며 말없이 흐른다.
이곳에서1km 정도 걷자 아산초등학교가 나온다. 할매바위를 정복하려 찾은 외지인들은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텐트를 친다. 그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익숙한지 자신들의 놀이에 푹 빠져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학교를 돌아 오르는 나지막한 뒷산.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처럼 사람의 모습을 한 바위가 학교를 내려다본다.
오똑한 콧날과 훤한 이마, 머리 위로 몇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있어 얼핏 보고 지나쳐도 사람 얼굴이다. 이름은 병바위. 술 취한 신선이 집어 던진 병이 거꾸로 세워져 지금의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병보다는 사람 머리처럼 보인다. 몸을 돌리자 바위 얼굴이 쳐다보는 듯하다. 그 길로 내려와 인천강과 사이 좋게 길을 간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두어 개 지난다. 강 흐르는 소리조차 고요해 여행자의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들려온다. 연기마을 입구에서 한숨 돌린다.
더보기 🔽
숨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