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스테이]보은 우당 고택
충청북도 보은군 장안면 개안길 10-2(장안면)
고요함을 품은 연못 위 한옥 섬보은 선병국가옥(報恩 宣炳國家屋) 속리산 골짜기로부터 흘러내려 온 돌과 모래, 자갈이 작은 섬을 이룬 곳에 보은 선병국가옥이 있다. 연꽃이 연못에 떠 있는 모양이라 하여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한옥이라 불리는 이곳은 보성 선씨(寶城宣氏)의 종가. 만 평에 이르는 너른 부지에 소나무로 둘러싸여 마치 인적이 드문 숲과도 같은 이곳에서는 선씨 가문의 훌륭한 가풍과 종부의 손맛을 만날 수 있다. 역사 및 건축 사료로 의미있는 공간보성 선씨 가문은 대대로 전라남도 보성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현재 가옥의 주인인 선민혁(宣民赫) 씨의 증조부인 선영홍공(宣永鴻公) 대에 무역업으로 집안이 큰 부를 이루었는데, 새로운 집터를 찾던 중 ‘섬에 집을 지으라'는 꿈을 꾸었다 한다. 꿈을 심상치 않게 여겨 섬과 같은 형상의 땅을 찾았고, 지금의 터에 새집을 올리게 되었다. 안채의 앞기둥은 둥그런 옹기둥이고 뒤편은 사각기둥으로 서로 달리 되어있어, 집의 앞뒤가 마치 서로 다른 집처럼 느껴진다. 각 공간은 너른 부지 곳곳에 독립적으로 흩어져 있다. 이렇듯 독특함을 간직한 선병국가옥은 13년에 걸쳐 지었기에 구한말의 혼재된 한옥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존 한옥의 전통 재료인 나무와 흙에 당시 새로이 등장한 시멘트와 벽돌을 도입, 신구 소재가 어우러지도록 했다. 당시의 주택 건축 경향을 재현하는 드문 건축 사료임과 동시에, 옛것과 새것이 오가던 구한말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아 1984년 중요민속자료 134호로 선정되었다. 구한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안채와 사랑채에 들어서면 툇마루 위 선조가 남긴 위엄 있는 네 글자를 마주하게 된다. 위선최락(爲善最樂), ‘선을 행함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라는 의미를 가진 고사성어로, 대대로 내려온 선씨 가문의 베풂과 나눔의 정신이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 되새기게 한다. 증조부 선영홍공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소작농들이 그의 뜻을 기리고자 세운 공덕비(公德碑)와 시혜비(施惠碑)가 가옥 한쪽에 있다. 관선정(觀善亭)은 주인장의 조부 선정훈(宣政薰) 씨가 직접 세우고 운영한 서당으로, 몇백 명에 이르는 전국 각지의 학생을 불러들여 숙식을 제공하고 뛰어난 선생을 초빙하여 배움의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관선정에서 배출한 대표적인 학자가 문화재위원장을 지냈던 사학자 청명 임창순(靑溟 任昌淳) 선생이다. 이렇듯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내리 정신이 되어 지금도 가택 내 일부 공간을 고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내어주고 있다. 350년 씨간장이 가옥을 알리다선병국 가옥이 알려지게 된 것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장맛이 계기였다. 선씨 집안의 350년 묵은 집안의 보물 씨간장이 세간의 유명세를 탔고, 현재 종부인 김정옥 씨의 손을 거쳐 아당골(娥堂谷)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장을 유통하고 있다. 별채 너머로 전국 8도의 장독대 800개가 모여 장관을 이룬 모습을 볼 수 있다. 김 씨는 이곳에서 ‘장 담그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에게까지 호응이 높다. 사실 숙박 체험 역시 장 담그기 체험을 하면서 시작된 것인데, 많은 사람이 방문하면서 가옥에서 머물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된 조상의 공간을 느껴보는 것 역시 방문객들에게 뜻깊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해 별채를 중심으로 몇몇 공간에서 숙박할 수 있도록 손을 보았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큰 규모의 한옥에, 베풂의 가풍과 종부의 손맛까지 깃든 선병국 가옥. 이곳에서 선씨 가옥이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과 고요한 한옥의 정취를 함께 누려보기를 권한다.
더보기 🔽
숨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