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사(청도)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원동길 304(청도읍)
물 맑고 산세가 빼어난 청도의 주산인 남산(오산) 자락에 위치한 적천사는 원효 대사가 수도하기 위한 토굴로 세운 것이 창건의 시작이다. 옛부터 산세가 아늑한 명승지라 산내 곳곳에 암자와 암자터가 흩어져 있었다 한다. 삼국 중 가장 늦게 불교를 공인한 신라는(527년, 법흥왕 14) 왕실의 지원과 보호에 힘입어 크게 발전하게 되었고, 청도 지역에는 오갑사(대작갑사, 가슬갑사, 천문갑사, 소작갑사, 소보갑사)가 창건되는 567년(진흥왕 28)쯤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효 대사가 적천사를 창건한 664년(신라 문무왕 4)은 삼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곳곳마다 전운이 감돌던 때로 태종 무열왕은 당의 세력을 업고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키고 통일신라를 수립한 시기이다. 이러한 주변 정세 속의 통치 이념으로 작용한, 호국 불교 속의 적천사는 수많은 장정이 전쟁에 나아가 사상되자 이들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신앙의 장소로 그 역할을 담당하였고 특히 민중 불교를 주장한 원효 대사의 사상이 담긴 창건 배경이 자못 의의가 크다 하겠다.

“숲 넘어 산에서 종소리 멀리 들려오니 푸른 봉우리에 절간이 있겠구나. 나무가 빽빽하여 문 두드리는 달빛 가리고, 골짜기가 비어서 문 두드리는 지팡이 소리에 대답하네. 물은 흰 짚을 깔아 놓은 듯 돌에 흐르고, 무지개는 푸른 담쟁이가 늙은 소나무위에 걸린 듯하다.신령한 노인이 며칠 머무르더니 옛날 보조가 유적을 보였네.“

인각 대사가 적천사를 읊은 시가 ‘무차루’에 편액으로 걸려 그 서정을 대변하고 있다. 보조 국사가 중창할 당시 집고 다니던 지팡이를 심은 것이 자라 지금은 거목이 된 은행나무는 말없이 800년 동안 절집의 일주문으로 오가는 이의 애환을 다 들어주고, 수미산 중턱에 살면서 동서남북을 지키고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은 덩치만 클 뿐 하나도 무섭지 않은 웃음까지 띤 해학적인 모습으로 오는 이를 맞아준다. 한때, 이곳에 계시다 운문사로 옮겨 가셨다는 오백나한이 계셨던 영산전, 관음보살이 연꽃 가지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연꽃 대좌 위에 서 있는 모습의 괘불과 오래된 돌의 중후함이 느껴지는 괘불대가 있고, 옛 백련암 자리 풀숲에 위치한 부도밭에는 종 모양의 고승의 부도 8기가 다정한 모습으로 모여 있다. 1946년 국토 통일을 기원하며 건립한 건국 기원탑이 조금은 낯선 모습으로 서 있다. 원효 대사가 창건한 이래 여러 스님들의 참선 수행도량으로 고승대덕을 배출하고, 임진왜란으로 소실되고 거듭 중창되면서 사세를 이어온 적천사는 청도에 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차와 대금이 함께하는 명상 수련회, 은행나무 별빛 축제, 어린이 사생 대회 등 지역주민의 중심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신행 포교의 나한 기도 도량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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